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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읽는 사랑방 6월 모임 축구도 보고, 치맥도 먹고, 정체성도 묻다 밀란 쿤데라 『정체성』 함께 읽기

오지랖언니 2026. 6. 2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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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읽는 사랑방 6월 모임
축구도 보고, 치맥도 먹고, 정체성도 묻다


밀란 쿤데라 『정체성』 함께 읽기
2026년 6월 19일, 영도애마을카페.
이번 물때읽는 사랑방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10시, 멕시코와의 월드컵 경기를 함께 시청하기 위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치킨과 맥주를 나누며 응원했지만 아쉽게도 경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자연스럽게 이어진 독서모임은 오히려 더 깊고 풍성한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입니다.
참석자들이 가장 인상 깊게 이야기한 문장 중 하나는 "좋아하는데 외롭다"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지만, 소설은 오히려 자기 자신 안에서 자신의 본질을 탐색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정체성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모였습니다.

특히 여성 참가자들은 나이가 들며 누군가의 시선에서 점차 멀어지는 경험과 그로 인한 상실감에 대해 깊이 공감했습니다. 소설 속 "팽창하는 장미향"이라는 표현 역시 쇠미해지는 여성성에 대한 갈망과 불안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한 소설 속 아이의 죽음을 두고 "행복하다"라고 표현한 장면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슬픔과 안도감, 상실과 해방감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체성의 복잡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원폭 투하를 두고 등장하는 "폐허 위에 희망의 황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의견과 함께, 전쟁의 종결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는 다양한 해석이 오갔습니다.

흥미로운 질문도 나왔습니다.
"왜 남성 회원들은 이 작품을 어렵게 읽었을까?"
한 회원은 우리가 사건과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익숙한 반면, 이 작품은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의 결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정체성』은 사건보다 인간 내면의 흔들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이야기는 전업주부의 노동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직장 여성은 종종 전업주부를 향해 "집에서 노는 것들이 더 바빠요"라는 말을 비꼼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월말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만큼이나 가족의 생일과 제사를 챙기고, 일일 실적을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매일의 밥상을 책임지며, 하나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만큼 자녀들의 삶을 돌보는 일 역시 결코 가벼운 노동이 아니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모임의 마지막에는 각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는 말이 많아 후회도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가족 중심의 삶에서 이제는 자신에게도 충실해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독특한 향기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야기,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행동하는 사람, 잘 놀 줄 아는 사람이라는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체성은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견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 경기와 치맥으로 시작해 『정체성』을 함께 읽고,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 3시간의 대화.

좋은 책은 정답을 주지 않았지만, 서로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남겨주었습니다. 이번 물때읽는 사랑방 역시 책을 읽는 시간을 넘어 사람을 읽고 삶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26.06.19. 물때읽는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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