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일 3가지
멈췄던 나를 다시 데리러 가는 일

며칠 전 다른 마을교육공동체에 강의를 갔다가 쉬는 시간에 한 활동가가 제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쪽이 묘했습니다.
마을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늘 새로운 일은 생깁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기획을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일들은 조용히 멈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앞으로만 가고 있었지,
정작 나를 다시 채우는 일은 놓치고 있었구나.”
사람은 완전히 포기한 일보다
애매하게 멈춘 일 때문에 더 오래 마음이 남습니다.
언젠가 다시 해야지.
다시 시작해야지.
그 말을 마음속에 오래 묵혀둔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을활동가 이송미가 지금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일 3가지를 조금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영어공부

배운다는 감각을 다시 잃고 싶지 않아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사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늘 부족했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예전에는 새벽에 일어나 영어단어를 외우고 짧은 회화를 따라 읽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해외 인터뷰 영상을 자막 없이 조금이라도 알아들으면 괜히 신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늘은 피곤해서…”
“행사 끝나고 해야지…”
“다음 달부터 제대로 하자…”
이 말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를 놓친 게 아니라
‘배우는 감각’을 놓치고 있더라고요.
마을활동을 하다 보면 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시대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기후위기, AI, 지역소멸, 교육 변화까지 세상은 계속 바뀌는데 정작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배우는 일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조금 두려웠습니다.
사람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는다는 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다시 영어공부를 떠올립니다.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직도 나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나이 들수록 공부는 스펙이 아니라, 내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명이다.
2. 책으로 하는 일일필사

복잡한 마음을 다시 천천히 붙잡기 위해 한동안은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꼭 손으로 따라 썼습니다.
필사를 하고 나면 신기하게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남의 문장을 적고 있는데 결국 내 삶을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손글씨 대신 손가락만 바빠졌습니다.
쇼츠를 넘기고, 릴스를 보고, 링크를 저장하고, 자극적인 제목들을 빠르게 소비했습니다.
정보는 넘쳐났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마을활동은 늘 사람 사이에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갈등을 중재하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다 보면 마음이 금방 소란스러워집니다.
그럴수록 저는 필사가 필요했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천천히 머무는 시간이.
좋은 문장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힘이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예전의 저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하루 한 문장이라도.
사람은 결국 자기가 오래 붙잡은 문장 쪽으로 살아간다.
3. 계단오르기

오래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체력이었다
솔직히 계단오르기는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운동화는 사고, 운동 영상은 저장해두고, 늘 “내일부터”를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행사 준비를 하고 계단 몇 층을 오르는데 숨이 턱 막히는 겁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아… 체력이 무너지면 내가 좋아하는 일도 오래 못 하겠구나.’
사람들은 마을활동가가 늘 움직이니까 건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의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기획하고, 늦게까지 정리하고, 행사 끝나면 녹초가 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예전에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했다면
지금은 오래 활동하기 위해 운동하고 싶습니다.
결국 체력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버텨내는 힘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계단을 오르려고 합니다.
천천히라도.
중간에 쉬더라도.
다시 한 층씩.
체력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끝까지 살아낼 힘의 문제다.
요즘 저는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인생은 거창한 새출발보다
다시 시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완벽하게 하는 사람보다
멈췄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결국 오래 갑니다.
어쩌면 다시 시작한다는 건
포기했던 꿈을 꺼내는 일이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다시 데리러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무엇을 다시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마을활동가 #이송미의마을경영 #영어공부 #일일필사 #계단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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